그 후 28평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도 시스템 키친회사에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부엌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처음 시도하는 디자인이라 시공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지만, 결국 원하는 대로 고집했고 나중에는 오히려 그 업체의 우수 사례로 홍보되기도 했다. 이제는 흔한 디자인이 되었지만 당시에 고집했던 구조는 아주 새로운 것이었다. 우선 공간이 좁았기 때문에 냉장고를 부엌에 딸린 베란다로 내보냈고 ‘ㄷ’자형인 부엌의 구조에서 창문 쪽으로 향해 있던 개수대를 주부가 섰을 때 거실을 바라보도록 위치를 바꾸었다. 출근이나 등교 전에 잠깐이나마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도관을 옮기는 데 비용이 들긴 했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과감히 결정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아주 긴 테이블을 붙였다.
내가 원하는 집, 내가 꿈꾸어왔던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안 된다는 전문가의 말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는 무모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용기는 꼭 필요하다. 긴 테이블에 대한 집착은 꽤 괜찮은 완성품으로 결실을 맺었고, 가족과 지인들, 친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함께 얘기하는 멋진 공간으로 거듭났다. 또한 부엌에서의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가족 식사는 아일랜드 테이블에서 해결하고, 동선도 짧아 음식을 만들고 내놓는 시간이 많이 절약됐다. 특히 출근과 등교로 바쁜 아침 시간에는 더없이 효율적인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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